위상수학이란 공간 속의 점·선·면 및 위치 등에 관하여, 양이나 크기와는 별개의 형상이나, 위치 관계를 연구하는 수학 분야. 기하학에서 발전했다.
일반위상수학에서 다루는 개념으로는 열린 집합, 닫힌 집합, 연속성, 수렴, 극한, 콤팩트성, 연결성, 위상동형 등이 있다.
위상수학에서는 선을 끊거나, 면을 자르거나, 구멍의 개수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제외한 변형을 같은 모양으로 취급한다. 이를테면 손잡이 달린 컵과 구멍 뚫린 도넛은 같은 모양으로 생각한다.
위상수학은 19세기 말에 앙리 푸앵카레에 의하여, "아날리시스 시투스"(라틴어: analysis situs, 위치해석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어에는 초기에 위상기하학(位相幾何學)이라는 이름도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기하학적 위상수학에서는 다양체의 위상수학적 성질을 다룬다. 다양체는 국소적으로 유클리드 공간과 닮은 위상 공간으로서, 일반적인 위상 공간보다 더 다양한 성질들을 갖는다. 다양체의 위상수학은 차원에 따라 현저히 다른 성질을 보인다. 1·2차원 다양체는 자명하고, 5차원 이상의 다양체 역시 하나의 공통된 이론이 존재하나, 3차원 및 4차원 다양체는 매우 복잡한 성질을 보인다.
위상 공간의 한 종류인 다앙체에는 미분기하학을 정의할 수 있는 구조인 매끄러움 구조를 줄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갖춘 다양체의 경우, 일반 위상 공간을 넘어서 미분 구조 자체의 여러 위상수학적 성질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성질을 보존하는 위상동형사상을 미분동형사상이라고 하며, 미분위상수학은 미분동형사상에 대하여 불변인 매끄러운 다양체의 성질을 연구한다.
위상수학은 집합론과 더불어 다른 수학 분야의 기초를 이룬다. 특히, 복소해석학 등의 분야는 위상수학적인 성질이 강하다. 자연과학에서는 연속성의 파괴를 다루는 분기 이론•파국 이론•혼돈 이론 등이 응용된다. 또한, 이론물리학에서 위상수학은 솔리톤이나 순간자, 자기 홀극 등의 분류에 사용된다.
위상수학은 실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분야이다. 한번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이해하기 어려웠었다. 듣는걸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미지의 학문이었다. 손집이가 달린 컵과 구명 뚫린 도넛은 같은 모양이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위상수학에는 이런 난해한 내용이 꽤 있지만, 찾다보니 너무 당연해서 어이가 없는 정리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조르당 곡선 정리인데, 평면위의 임의의 폐곡선은 항상 평면을 곡선의 내부와 외부로 분할한다는 내용이다. 위상수학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수학은 항상 당연한 정리들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조지 폴리아의 ‘지극히 뻔한 사실을 전혀 뻔하지 않게 증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명언이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읽고 수학자의 꿈을 가졌었는데... 이런 매력에 수학을 연구한는 것 같다.
[기사]
노벨 물리학상 ‘위상수학 적용한 물질현상 규명’…첨단 신소재 연구에 응용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위상수학(topology)의 개념을 적용해 물질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주인공들은 데이비드 J 사울레스(82) 미국워싱턴대 교수, F 덩컨 M 홀데인(65)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J 마이클 코스털리츠(73) 미국 브라운대 교수다.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위상수학은 연속적으로 변형이 이뤄지더라도 변하지 않는 기하학적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코스털리츠와 사울레스는 1970년대 초에 위상수학의 개념을 활용해 상전이(phase transition·물질의 정돈 상태가 변하는 것)에 대한 기존 이론을 뒤집어 전세계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얇은 물질층에서 ‘초전도 현상’(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이나 ‘초유체 현상’(점성이 0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당시 이론을 뒤집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코스털리츠와 사울레스는 이런 경우에도 낮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온도가 올라가면 초전도 현상이 사라지는 상전이의 메커니즘을 밝혀 냈다. 이런 메커니즘은 코스털리츠와 사울레스의 이름을 따 ‘KT 상전이’, 또는 러시아의 물리학자 바딤 르보비치 베레진스키(Vadim L‘vovich Berezinski·사망)의 이름까지 덧붙여 ‘BKT 상전이’라고 불리며, 물리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사울레스는 또 1980년대에 위상수학의 개념을 적용해 낮은 온도에서 강한 자기장이 작용할 때 발생하는 ‘양자 홀 효과’(quantum Hall effect)라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이 현상은 1980년에 실험으로 발견한 독일 물리학자 클라우스 폰 클리칭은 198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홀데인은 ‘양자 스핀 체인’(quantum spin chain)이라고 불리는 양자역학적 시스템의 성질을 이론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일부 물질에서 발견되는 원자 수준의 자기적 성질을 규명했다. 코스털리츠와 사울레스가 2차원 현상을 연구한 공로를 세웠다면, 홀데인은 1차원 현상을 규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연구를 발전시켜 내부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이지만 표면에서는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상태가 존재하는 이른바 ‘위상 절연체’(topological insulator)에 관한 이론을 내놓아 오래 전부터 노벨상 후보로 꼽혀 왔으나, 정작 이번 노벨상 수상 업적에는 이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세 사람의 업적은 현대 응집물질물리학 분야에 이론적·실험적 기반을 제공했으며, 첨단 신소재 연구에도 널리 응용되고 있다.
[출처: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005500032&wlog_tag3=naver#csidxddf73659b89862ba40bd26a56298a3d
위상수학은 무엇을 공부하는 학문일까?
오늘은 위상수학(topology)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흔히 학부 수준에서 접하는 위상수학은 사실 일반위상수학(general topology) 또는 점-집합 위상수학(point-set topology)으로 불리는 위상수학의 한 하위 분야로서, 주로 집합의 위상적 성질을 다루는 학문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위상수학은 뭘 공부하는 학문이야?" 라고 물어봤을 때 할수 있는 잘 알려진 대답인, "주어진 대상을 자르거나 붙이지 않고 변화시켜서 다른 대상으로 바꾸어도 변하지 않는 성질들을 연구하는 학문이야." 라고 말하면,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대답이 된다.
위상수학이 이러한 성질들을 연구하는 학문인건 맞지만, 우리가 배우는 일반위상수학은 이러한 성질들을 연구하기 위해 기초를 쌓는 과정으로써 실제로 일반위상수학에서 배우는 불변량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반위상수학은 집합 위에서의 수렴성(convergence)와 연속성(continuity)를 다루는 학문으로 보는게 더 적절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반위상수학에서 분리공간(separated space, Hausdorff space), 정칙공간(regular space), 정규공간(normal space) 등을 배우면서 '이런 개념들이 내가 아는 위상수학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거지?' 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우선 일반위상수학을 배우고 나면, 일반위상수학의 기초 위에 대수학이나 해석학 등의 기법을 적용하여, 드디어 주어진 대상의 불변량에 대해 공부할 수 있게 된다. 이 때 주어진 대상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 보는지, 또는 어떠한 기법을 적용하여 연구하는지에 따라 대수적 위상수학(algebraic topology), 미분 위상수학(differential topology) 등의 하위 분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부 때 배우는 위상수학을 굳이 일반위상수학이라 부르지 않고 간단히 위상수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타당한것 같기도 하다.
왜 열린 집합일까?
일반위상수학(general topology)을 처음 배우게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개념이 열린 집합(open set)의 개념을 공리화(axiomatization)하여 주어진 집합 X X의 위상 (topology) T T를 정의하는 것이다.
정의 [위상공간(topological space)]
위상공간(topological space)이란 주어진 집합 X X와 아래의 공리를 만족하는 X X의 부분집합들의 집합 T T로 이루어진 (X ,T )(X ,T )를 말한다.
(1) ∅∈T ∅∈T이고 X ∈T X ∈T.
(2) T T는 임의의 합집합(union) 연산에 대하여 닫혀있다.
(3) T T는 유한번의 교집합(intersection) 연산에 대하여 닫혀있다.
이 때, T T를 X X 위의 위상(topology)이라 하고, T T의 원소들을 X X의 열린집합(open set)이라 한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열린 집합일까? 사실 위의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X X의 부분집합들이 왜 열린집합이 되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와닿지도 않는다. 실수상에서 열린구간(open interval) (a ,b )(a ,b ) 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러면 모든 열린구간들의 집합 I ={(a ,b ) | a ,b ∈R }I ={(a ,b ) | a ,b ∈R }는 위의 세 가지 공리를 만족 하므로 실수상에서 위상을 이룸을 알 수 있다.
이제 반대로 한번 생각해 보자. 실수상에서 위의 세 가지 공리를 만족하는 실수의 부분집합들의 집합 T T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T T는 반드시 I I가 되어야 할까? 예를 들어 T ={∅,R }T ={∅,R }이라고 하자. 그러면 단 두개의 원소만으로 이루어진 T T는 위상이 되기 위한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하지만 당연히 T ≠I T ≠I임을 알 수 있다. 더욱 이상한 사실은 위상공간 (R ,T )(R ,T ) 에서는
공집합 ∅∅과 전체집합 R R을 제외한 모든 부분집합이 열린집합이 아니다! 따라서 열린구간 (a ,b )(a ,b )도 이 위상공간에서는 열린집합이 아니게 된다.
또 다른 예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이번에는 D D를 실수 R R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집합을 다 모아놓은 집합이라고 하자. 예를 들면 구간 [a ,b )[a ,b )나 유리수의 집합 Q Q, 또는 하나의 실수로만 이루어진 집합 {c }{c }등이 모두 D D의 원소가 된다. 이제, D D는 모든 부분집합을 다 포함하고 있으므로, 위상이 되기 위한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위상공간 (R ,D (R ,D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이 위상공간에서는 R R의 모든 부분집합들이 다 열린집합이 된다. 따라서 [a ,b ][a ,b ]와 같은 닫힌구간도 이 위상공간에서는 열린집합이 된다!
위의 두 가지 예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실수 R R에서만 보더라도) 열린집합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상상하던 열린구간이라는 개념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위의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집합의 원소들을 열린집합이라고 하는 것일까? 저 세가지 조건 외에 또 다른 조건을 추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애초에 위상수학을 열린집합의 정의로 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부분적으로나마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상수학의 개념이 무엇으로부터 정립되었는지, 그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위상수학의 발달 과정 - 1. 기하학과 길이 개념
수학의 출발은 기하학(Euclidean geometry)이다. 세계의 여러 고대 문명에서 농경과 건축을 위해 기하학을 사용하였고,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의 저서 『원론(Elements)』에는 유클리드 이전까지 이루어진 모든 기하학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 그렇다면 기하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일까? 당연히 기하학은 주어진 도형의 길이, 넓이, 부피, 각도, 곡률 등의 성질에 대해 다루는 학문이다. 하지만 도형의 색깔, 질감, 냄새, 질량등은 기하학에서 다루지 않는다. 이렇게 기하학에서 다루는 도형의 성질들을 기하학적 성질(geometric property)라 부르는데, 기하학적 성질과 기하학적 성질이 아닌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기하학적 성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길이(distance)와 깊게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형의 넓이와 부피는 도형에서 측적된 길이로부터 구해지고, 각도가 곡률 또한 길이의 비(ratio)로써 정의할 수 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두 도형의 합동(congruence)에 대해서 살펴보자. 두 도형 A A와 B B가 합동이라는 말은 두 도형의 모양과 크기가 서로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동인 두 도형을 잘 살펴보면 도형 A A의 임의의 두 점 x x와 y y의 사이의 거리와 도형 B B의 같은 위치에 있는 두 점 x ′x ′와 y ′y ′ 사이의 거리가 항상 같아야 함을 알 수 있다. 좀 더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주어진 두 도형 A A, B B가 합동이려면 전단사함수(bijective function) f :A →B f :A →B가 존재하여 임의의 x ,y ∈A x ,y ∈A 에 대하여, |x −y |=|f (x )−f (y )||x −y |=|f (x )−f (y )|를 만족해야 한다. 이러한 함수를 등거리변환(isometry)이라고 한다.
이제, 기하학적 성질을 이러한 등거리변환에 의해서도 변하지 않는 성질이라 정의하자. 그러면 위에 예로 들었던 길이, 넓이, 부피, 각도, 곡률 등의 성질은 모두 등거리변환에 의해서도 변하지 않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기하학적 성질이 된다. 이제 등거리변환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면, |x −y ||x −y |라는 표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수학적으로 x x와 y y 사이의 거리를 뜻하므로 궁극적으로 기하학은 길이와 관련된 모든것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먼저 길이 그 자체에 대한 성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몇가지 길이의 성질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정리 [길이(distance)의 성질]
평면 P P 위의 임의의 두 점 a ,b a ,b에 대하여, 두 점 사이의 길이를 ¯¯¯¯a b a b ¯로 나타내자. 그러면 길이는 아래 성질들을 만족한다.
(1) a ,b ∈P a ,b ∈P에 대하여 ¯¯¯¯a b ≥0 a b ¯≥0.
(2) a =b a =b이면 ¯¯¯¯a b =0 a b ¯=0이다. 반대로 ¯¯¯¯a b =0 a b ¯=0이면 a =b a =b 이다.
(3) a ,b ∈P a ,b ∈P에 대하여 ¯¯¯¯a b =¯¯¯¯b a a b ¯=b a ¯.
(4) a ,b ,c ∈P a ,b ,c ∈P에 대하여, ¯¯¯¯a b ≤¯¯¯¯a c +¯¯¯¯c a a b ¯≤a c ¯+c a ¯.
(5) a ,b ∈P a ,b ∈P에 대하여, ¯¯¯¯¯¯¯a m =¯¯¯¯¯¯m b =1 2 ¯¯¯¯a b a m ¯=m b ¯=1 2 a b ¯를 만족하는 점 m m이 P P 위에 유일하게 존재한다.
(6) a ,b ,c ∈P a ,b ,c ∈P에 대하여, ¯¯¯¯¯¯¯¯¯¯¯¯¯¯¯¯¯¯¯¯¯¯¯¯¯¯¯¯¯¯¯(a +c )(b +c )=¯¯¯¯a b (a +c )(b +c )¯=a b ¯.
(7) a ,b ∈P a ,b ∈P와 실수 λ∈R λ∈R에 대하여, ¯¯¯¯¯¯¯¯¯¯¯¯¯¯¯¯¯¯¯(λa )(λb )=|λ|¯¯¯¯a b (λa )(λb )¯=|λ|a b ¯.
(8) ...
각각의 명제에 대하여, d (x ,y )=|x −y |d (x ,y )=|x −y |로 대입만 해보면 전부 간단하게 증명이 된다. 이제 여기서 좀더 나아가 보자. 평면 위의 두 점 사이의 길이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두 행렬 사이의 길이라든지 또는 두 함수 사이의 길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평면 P P도 일반적인 집합의 한 예임을 생각해 보면, 두 집합 사이의 길이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길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정의해야 할까? 따라서 이러한 요구를 모두 충족 시킬 수 있도록 평면 위의 두 점 사이의 길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일반화 하면서, 길이가 가져야 하는 필수적인 성질은 잃지 않게끔 길이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위상수학의 발달 과정 - 2. 길이에서 거리공간으로
먼저 다음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자.
정의 [거리(metric)]
집합 M M 위의 두 원소 사이의 거리(metric)는 다음 공리을 만족하는 함수 d :M ×M →R d :M ×M →R이다.
(1) x ,y ∈M x ,y ∈M에 대하여 d (x ,y )≥0 d (x ,y )≥0.
(2) x =y x =y이면 d (x ,y )d (x ,y )이다. 반대로 d (x ,y )=0 d (x ,y )=0이면 x =y x =y 이다.
(3) x ,y ∈M x ,y ∈M에 대하여 d (x ,y )=d (y ,x )d (x ,y )=d (y ,x ).
(4) x ,y ,z ∈M x ,y ,z ∈M에 대하여, d (x ,y )≤d (x ,z )+d (z ,y )d (x ,y )≤d (x ,z )+d (z ,y ).
거리 d d를 가지는 집합 M M를 거리공간(metric space) (M ,d )(M ,d )라고 한다.
단지 네 가지 성질만을 만족하는 거리공간 (M ,d )(M ,d )로부터 수많은 개념을 정의할 수 있고,
거리공간의 모든 정리와 증명이 단 네가지 성질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이 네가지 성질이 거리가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성질 중에서, 깊은 고민과 수많은 다양한 시도 끝에 결정된 거리 개념의 정수일 것이라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제 위 거리(metric)의 정의를 잘 살펴보면, 수학적인 표현 방식만 변했을 뿐 길이(distance)의 첫 네가지 성질과 정확히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길이는 거리의 한 특별한 예이다. 성질 (1), (2), (3)은 실생활에서의 거리의 개념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정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 두 원소의 거리는 음수가 될 수 없고, (2) 두 원소가 붙어 있다면 거리는 0이며, (3) 두 원소 사이의 거리는 어느쪽에서 재든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질 (4)는 무언가 좀 더 특별하고 직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성질 (4)는 흔히 삼각부등식(triangle inequality)이라 불리는 성질인데,
이 성질은 어떠한 두 원소 사이의 거리는 다른 원소를 거쳐서 갈 때의 거리의 합 보다 항상 작아야 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이 성질 (4)에 숨겨져 있다. 성질 (4)에 의하면 만약 두 원소 x x와 y y 둘 다 한 원소 z z에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x x와 y y 사이의 거리 또한 충분히 작을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첫 세가지 성질 (1), (2), (3) 만으로 거리의 개념을 공리화 해보려고 했겠지만, 이 세가지 성질 만으로는 무언가를 정의하고 정리를 증명하는데 제약이 너무 많다.
하지만 성질 (4) 단 하나의 추가 만으로 수학에 커다란 한 분야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이 네가지 성질일까? 성질 (5)나 (6), (7)등을 더 추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성질들은 앞의 네가지 성질 (1)-(4)로부터는 증명 할 수 없는 독립적인 성질이므로, 만약에 거리가 추가적인 성질을 갖는다면 당연히 더 많은 정리와 증명이 생겨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대답은 이전과 같다. 누군가는 거리의 네가지 성질 (1)-(4) 이외에 (5)나 (6), (7)등의 추가적인 성질까지 만족하는 것만을 거리로써 정의하려고 했겠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거리로 정의할 수 있었던 수많은 후보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하지만 필수적인 성질만을 공리로 설정함으로써 수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위상수학의 발달 과정 - 3. 거리공간에서의 열린집합
자 드디어 위상수학의 발달 과정에서 열린집합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열린집합이라는 거리공간에서 수열(sequence)이나 함수(function)의 수렴성(convergence) 나아가 함수의 연속성(continuous) 등의 개념 등을 정의하기 위해 필수적인 개념이다. 거리공간에서의 열린집합은 다음와 같이 정의된다.
정의 [거리공간에서의 열린집합(open set)과 닫힌집합(closed set)]
거리공간 (M ,d )(M ,d )에서 주어진 점 x x의 ϵϵ-열린근방 (ϵϵ-open neighborhood)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B (x ,ϵ)=B ϵ(x ):={y ∈M | d (x ,y )<ϵ}.B (x ,ϵ)=B ϵ(x ):={y ∈M | d (x ,y )<ϵ}.
이제 M M의 부분집합 U U를 생각하자. 만약 U U의 임의의 원소 x x에 대하여, ϵ>0 ϵ>0가 존재하여, B (x ,ϵ)⊆U B (x ,ϵ)⊆U 를 만족하면 U U 를 열린집합(open set)이라 한다. 만약에 E E 의 여집합(complement set) E c =M ∖E E c =M ∖E 가 열린집합이면 E E 는 닫힌집합(closed set)이라고 한다.
수학적으로는 표현하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개념이지만 말로 설명하는게 오히려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X X의 부분집합 A A가 열린집합이라는 뜻은 U U의 임의의 원소 x x에 대하여, x x 주변으로 굉장히 작은 원을 그려서 그 원이 U U 안에 언제나 포함되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위의 그림과 같은 두 집합 U U와 E E를 생각해 보자. 이때, 집합 U U는 경계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반면, E E는 모든 경계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제 U U의 임의의 원소 x x를 생각해 보자. x x는 U U 안에 완전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x x 주변으로 작은 원을 그려 U U 안에 완전히 포함되게끔 할 수 있다. 따라서 U U는 열린 집합이다. 이제 집합 E E에 대해 생각해 보자. E E 내부에 있는 점에 대해서는 작은 원을 그려서 E E 안에 포함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E E의 경계에 있는 점 x x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러면 x x를 중심으로 아무리 원을 작게 그려도 원의 일부는 집합 E E의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따라서 E E는 열린집합이 아니다. 하지만 E E의 여집합은 열린집합이 되므로, E E는 닫힌집합임을 알 수 있다.
이 열린집합의 개념을 바탕으로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중에 하나인 함수의 연속성(continuity)을 정의할 수 있게 된다.
정의 [연속함수(continuous function)]
두 거리공간 (M ,d )(M ,d )와 (N ,δ)(N ,δ)가 주어졌다고 하자. 이제 함수 f :M →N f :M →N에 대해, 만약 N N의 모든 열린집합 V V에 대하여 V V의 원상(inverse image) f −1 (V )f −1 (V )가 M M에서 열린집합이라면, 함수 f f를 연속함수(continuous function)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우리에게 임의의 집합 X X와 Y Y가 있다면, X X에서 Y Y로 가는 함수 f f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함수 f f가 연속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만약에 X X와 Y Y가 거리공간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공간 X X와 Y Y의 거리를 통해 X X와 Y Y의 열린집합을 정의할 수 있고 이로부터 f f가 연속함수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어진 공간들이 거리공간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거리가 없으면 열린집합을 정의할 수 없고 따라서 연속성도 판단할 수가 없다.
위상수학의 발달 과정 - 4. 열린집합에서 위상으로
주어진 집합 X X가 거리공간이 아닌 경우에도 열린집합을 정의하는 방법이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길이로부터 거리를 정의했을때의 방법과 같다. 열린집합의 다양한 성질들로부터 열린집합이면 반드시 만족해야할 최소한의 성질만을 뽑아 그것을 공리로 지정하고, 그러한 공리를 만족하는 집합을 열린집합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정리 [거리공간에서 열린집합의 성질]
거리공간 (M ,d )(M ,d )의 열린집합은 아래의 성질들을 만족한다.
(1) 공집합 ∅∅과 전체집합 M M은 열린집합이다.
(2) 열린집합들의 임의의 합집합(union)은 열린집합이다.
(3) 열린집합들의 유한번의 교집합(intersection)은 열린집합니다.
(4) M M의 서로 다른 두 원소 x ,y x ,y에 대하여, 열린집합 U ,V U ,V가 존재하여 x ∈U x ∈U, y ∈V y ∈V, U ∩V =∅U ∩V =∅를 만족한다.
(5) M M의 두 닫힌집합 E ,F E ,F가 E ∩F =∅E ∩F =∅을 만족하면, 열린집합 U ,V U ,V가 존재하여 E ⊆U E ⊆U, F ⊆V F ⊆V, U ∩V =∅U ∩V =∅를 만족한다.
(6) ...
마찬가지로 거리공간에서 열린집합이 만족하는 수많은 성질중에서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성질만을 모아 집합의 위상을 정의하기 위한 공리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수많은 수학자들의 노력을 하여, 결국 조건 (1), (2), (3)이 그러한 조건임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위상을 정의하는 세가지 공리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집합 X ={1 ,,2 ,3 ,4 }X ={1 ,,2 ,3 ,4 }와 Y ={a ,b ,c ,d }Y ={a ,b ,c ,d } 에서 각각 위상을 정의하고, 두 함수 f :X →Y f :X →Y와 g :X →Y g :X →Y를 정의한 후에 이 함수가 연속인지 아닌지를 보여보자. 먼저 X X의 위상 T T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T ={∅,{1 },{3 },{4 },{1 ,3 },{2 ,4 },{1 ,3 ,4 },X }.T ={∅,{1 },{3 },{4 },{1 ,3 },{2 ,4 },{1 ,3 ,4 },X }.
그리고 Y Y의 위상 S S는 다음과 같다.
S ={∅,{a ,b },{c ,d },Y }.S ={∅,{a ,b },{c ,d },Y }.
이제 함수 f :X →Y f :X →Y와 g :X →Y g :X →Y를 아래 그림과 같이 정의하자.
먼저 함수 f f가 연속함수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S S의 모든 원소 (열린집합) 들에 대해서, 그 원상이 T T의 원소 (열린집합)이 됨을 보여야 한다. 하나씩 살펴 보면, f −1 (∅)=∅f −1 (∅)=∅, f −1 ({a ,b })={1 ,3 }f −1 ({a ,b })={1 ,3 }, f −1 ({c ,d })={2 ,4 }f −1 ({c ,d })={2 ,4 }, f −1 (Y )=X f −1 (Y )=X가 된다. 모든 원상들이 T T의 원소이므로 함수 f f는 연속함수임을 알 수 있다. 이제 함수 g g에 대한 S S의 원소들의 원상을 살펴보면, g −1 (∅)=∅g −1 (∅)=∅, g −1 ({a ,b })={1 }g −1 ({a ,b })={1 }, g −1 ({c ,d })={2 ,3 ,4 }g −1 ({c ,d })={2 ,3 ,4 }, g −1 (Y )=X g −1 (Y )=X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 ,3 ,4 }{2 ,3 ,4 }는 T T의 원소가 아니다! 따라서 함수 g g는 연속함수가 아니다.
마치며...
수학에서 어떠한 대상을 연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주어진 대상에 적당한 구조가 주어지면 그 자체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는 것이 첫번째 방법이다. 이 방법은 그 대상과 구조가 이미 주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이해가 쉽기 때문에 깊이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약에 다른 대상과 다른 구조가 주어지면 기존의 연구 방법이나 정리를 적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두번째 방법은 서로 다른 대상들과 서로다른 구조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 공통점만을 모아 공리화 한 뒤, 그 공리화 된 체계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구조 자체가 매우 추상적일 수 있어 이해하기도 어렵고 따라서 연구도 쉽지 않지만, 일단 그 체계가 완성이 되면 그 체계에 속하는 모든 대상과 구조에 같은 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도 위상수학은 19세기 무렵, 그 당시의 첨단을 달리던 수학자들의 노력이 모여 하나의 잘 만들어진 공리 체계가 수학계 전반에 얼마나 큰 위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